20230731 휴가 사흘째


창밖에 작은 숲(? 야산 끝자락 정도의 뒷집 정원)이 있다.
봄에 깔끔 떠는 사람들이 풀을 모조리 베고,
예쁜 단풍나무 가지도 잘라버렸다
다시 잎이 돋지 않는 걸 보니 독한 약을 뿌린 듯.
지구가 뜨거워져서 폭발할 지경인데 나무를 죽여?
생각 좀 하고 살자.

날이 밝으면 새들이 날아와 아침 수다를 떨고 간다.
고목을 좋아하는 어린 딱따구리는 아직도 긴 연속음을 내지 못한다.
깊은 산에서 들을 수 있는 새소리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건 큰 행운이다.



장마가 끝나고 중학생 빡빡머리 같던 뒤뜰에 풀이 무성해졌다.
봄에 가슴 높이였던 아카시나무는 위로만 쑥쑥 자라서 이제 3m를 넘어섰다.
담쟁이덩굴도 멋지게 창틀을 장식했다.
가을이 오면 붉게 물들 것이다.


어느 곳에 자리 잡아도 주변 사람들 때문에 피곤해질 게 뻔해서
한적한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건 포기했다.
그저 잘 굴러가는 캠핑카 하나 구해서 계절 맞춰 돌아다니자.

점심으로 근처 두붓집에서 콩국수와 두부 숙회를 먹었는데,
군내 나는 묵은지를 볶아 주더군.
식당 주인은 주방에서 만드는 음식을 매일 직접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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